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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혹 재테크 방법으로 "신용카드를 잘라 버려라!" 권하는 글이 있는데, 원칙적으로는 십분 동의할 수 있다. 신용카드 사용 때 지불하는 돈은 내 돈이 아니라 카드 회사가 빌려준 돈이며, 좋게 말해서 '신용'이지 깨놓고 말하면 '빚'이다.

신용카드가 있으면 실제 돈이 없어도 있는 듯 의존감이 생기게 되고, 때로는 지불 능력을 초과한 소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. 자산 대신 부채를 늘리는 일은 재테크에서 거의 쥐약에 가까운데, 신용카드가 바로 부채를 늘리는 주범이기도 하다. 그리고 그 끝에는 소위 '신불자'라는 나락이 존재한다.

소비와 지출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면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는 게 낫고, 그것도 통제가 안 되면 아예 현금만 쓰는 게 낫다. 지불 방법이 너무 편하면, 지출도 편해지는 법이니까.

그러나 통제가 가능하다면 신용카드는 여러모로 득이 된다. 카드 회사들이 너무 선량해서 손해를 보면서 소비자에게 펑펑 퍼줄 턱은 없지만, 카드사끼리 경쟁에서 이른바 '프로모션'이라는 혜택이 존재하고, 이 혜택만 잘 챙겨도 꽤 짭짤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.


신용카드 지불 방법에는 대략 ①일시불 ②할부 ③무이자 할부 세 종류가 있다.


일시불은 결제일까지만 카드사 돈을 빌리는 방법이다. 결제일에 연체 시키지만 않으면 득도 없고 실도 없고, 외형적으로는 체크카드와 비슷하다. (체크카드는 내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고, 신용카드는 카드사가 대신 내준 돈을 결제일에 갚는 것이다.) 다만, 결제일을 넘기면 어마어마한 연체 이자를 감당해야 하고, 헬게이트가 열리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.


할부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나눠서 내는 돈이지만, 카드사 입장에서는 나눠서 꿔주는 돈이다. 연체 이자만큼은 아니지만 할부 이자도 만만치 않으니 웬만하면(또는 절대)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. 

KB국민카드 홈페이지에서 8십만원을 10개월 할부로 결제했을 경우 계산한 결과이다.

800,000원에 43,861원이면 수수료가 무려 5.5%이다. 


무이자 할부는 카드사가 수수료 없이 꿔주는 돈인데, 카드사가 선량해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고, 다른 업체와 경쟁을 위해, 또는 사용자의 결제액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'프로모션'이다. 이자 없이 꿔주는 돈이니 안 받을 이유는 없지만, 그 혜택이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. 가령, 80만원 어치 물건을 10개월 무이자할부로 사고, 그 대신 내 돈은 CMA 통장에 넣어 매달 8만원씩만 빼서 갚았다고 가정해 보자. 

요즘 예금 금리가 워낙 싸서 80만원에 대한 10개월 이자는 고작 3,671원 가량이다.(그래도 카드사에서 주겠다는데 안 받을 이유는 없다.) 이렇게 비교해 보면 그냥 할부와 무이자 할부의 차이가 엄청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. 


결론은, ① 해준다면 무이자 할부 가능한 최대 기간으로, ② 안 해준다면 일시불로, ③ 할부는 웬만하면(또는 절대로) 하지 말라는 것이다. 카드 회사란 결국 이자 장삿꾼이고, 고리대금업자일 뿐이다.